저는 진료실 밖에서 먼저 환자였습니다
1. 서류상으로는 다 나은 사람이었습니다
교통사고로 두 달을 병원에 누워 있었습니다.
골절, 여러 곳의 근육 완전파열, 피부이식. 두 번의 수술을 받았습니다.
퇴원하던 날 검사지에는 뼈가 제자리로 붙었다고 적혀 있었습니다.
서류상으로 저는 다 나은 사람이었습니다.
진짜 시간은 그다음부터였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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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. 아픈 곳이 옮겨 다녔습니다
무릎이 시큰해 아껴 쓰니 허리가 그 몫을 감당했고, 허리가 버티는 동안 목이 뻣뻣해졌습니다.
매일 살갗이 남의 살처럼 무뎠습니다.
“어디가 아프세요?”
한 곳을 짚을 수가 없었습니다.
통증이 계속 옮겨 다녔기 때문입니다.
힘든 것은 통증만이 아니었습니다.
아직 불편한데 더 이상 해 줄 게 없다는 말이었습니다.
3. 저를 치료하려고 공부했습니다
그때부터 제 공부는 시험과 남을 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.
제 몸부터 치료하려고 다시 처음부터 배웠습니다.
한 곳이 못 하는 일을 어디가 대신 감당하는지, 감각이 둔해진 몸을 어떻게 살펴야 하는지 — 제게 당장 답이 필요한 질문이었습니다.
책으로 읽은 것은 손으로 익혔고, 손으로 익힌 것은 제 몸에 먼저 대어 보았습니다.
확인하는 방법은 결국 하나였습니다.
눌러 보고, 해 보고,
치료반응을 다시 확인하는 것.
4. 그때 제게 필요했던 사람
그 시간이 알려준 것은 둘입니다.
아픈 자리와 그 자리를 만든 곳은 다를 수 있다는 것, 그리고 치료반응을 일으키려면 충분한 치료 강도가 필요하다는 것.
누워 있던 저에게 가장 필요했던 사람은 괜찮아질 거라고 말해 주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.
제 증상이 어디서 온 것인지 짚어 내고, 그 자리를 치료할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.
그래서 저는 침을 놓고 끝내지 않습니다.
무엇을 찾았고 왜 그 자리인지 말씀드리고, 놓은 뒤에 치료반응을 확인합니다.
그 반응이 다음 자리를 정합니다.
5. 진료에서 지키는 기준
저는 모든 것을 해결해 드린다고 말하지 않습니다.
다만 한 가지는 분명히 합니다.
자리를 찾았다면 반응이 날 만큼 충분히 치료합니다.
약하게 지나간 치료는 그날만 편합니다.
며칠이면 몸은 원래 상태로 돌아갑니다.
돌아가지 않으려면 그만한 강도가 필요합니다.
제가 환자로 지나온 시간에서 가장 크게 갈린 것이 이 부분이었습니다.
다만 그 강도는 환자분이 감당하실 수 있는 선 안에서 올립니다.
그리고 다음 세 가지를 진료의 기준으로 둡니다.
- 오늘 무엇을 확인했고 무엇을 근거로 판단했는지 설명합니다.
- 확인되지 않은 것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.
- 여기서 볼 수 있는 것과, 다른 진료나 검사가 먼저인 것을 구분해 말합니다.
환자였던 시간에 배운 것은 하나입니다.
“시간이 지나면 좋아질 거다”보다 충분한 치료 강도가 먼저라는 것.